성인들에게 있어서 노는 일은 다양하다. 독서, 등산, 낚시, 영화 및 예술작품 관람, 또는 신종 놀잇감으로 SNS, 동우회 모임 등에서 재미있다면, 그는 힘든 인생을 덜 힘들게 살아갈 능력을 갖춘 것이다. 나는 한 때 예술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그 안에서 한 두 개의 인생문제가 해결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미있게 놀면서 그 놀이가 현실과 연결되는 것을 위니캇은 “중간대상(Transitional Object)”이라고 했다.
중간대상은 주관과 객관을 연결하는 것이고, 환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것이다. 중간대상은 무의식에서 “모성”을 기억나게 해주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사람은 모성의 무의식이 의식화될 때에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아무래도 생애주기 중 가장 편안할 때는 엄마가 자신의 모든 책임을 떠 안아준 유아기 때이다. 무의식은 그 때의 환상을 기억하고 있고, 중간대상은 자신도 모르게 그 기억을 떠오르게 해주어 편안함을 준다.
중간대상이 확장되어있으면 재미있는 일은 많고, 중간대상이 협소하거나 없으면 재미있는 일이 드물거나 없다. 운동장에서 재미있게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는 내면의 엄마와 함께 확장된 중간대상을 즐기는 것이고, 귀퉁이에서 쪼그리고 있는 아이는 내면의 엄마가 결핍되어 중간대상도 결핍된 상태이다.
위니캇은 중간대상의 기원을 유아에게서 찾았다. 유아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서 엄마를 객관적 대상으로 인식한다. 이때쯤 엄마는 아이의 모든 신호에 즉각적 응답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런 “점진적 실패”를 통하여 아이는 엄마가 더 이상 나만을 위한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식한다. 이는 환상에서 환멸로 내려오는 것이며 주관적 세계에서 객관적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뒤돌아설 수 없는 이 강을 건너야 유아는 주체의식을 가지는데, 이 강을 건너는 일을 불안하다. 엄마 품으로 나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아는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대상이 생긴다. 가령 곰 인형, 자기를 덮어 준 담요, 베개, 기타 장난감 등을 손으로 만지작거리거나 몸으로 비빈다. 유아는 엄마가 곁에 있어도 이런 것들이 옆에 있어야 잠든다. 유아는 이것들에 남다를 애착을 가지고, 낡았다고 엄마가 바꿔줄 수 없고 바꿔주면 아이는 그것에 애착을 포기한다. 이것들은 여행하거나 이사 갈 때마다 챙겨야 한다. 이것이 바로 유아가 최초로 발견한 (원)중간대상이다. 중간대상은 무의식에서 엄마를 기억나게 해주는 것으로, 환상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나오는 불안을 달래 현실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원 중간대상은 오이디푸스기, 대략 초등학교 다니기 이전에는 애착이 포기된다. 애착포기는 엄마와 1차적 분리를 했다는 것이다. 아동은 분리불안 없이 유치원에 적응할 것이다. 그들은 놀이를 즐길 것이고, 놀이는 그들의 불안을 달래어 성장을 촉진시킨다.
원 중간대상의 파생물은 사춘기 때에 재등장한다. 청소년들이 관심인 옷 입기, 액세서리, 음악, 연예인, 영화감상 등이 이에 속한다. 청소년들은 부모와 2차적 분리를 하여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중간대상으로 달래는 거다. 청소년들은 그런 중간대상을 한동안은 즐겨야 하고, 즐길 권한이 있다. 중간대상의 파생물은 서서히 흥미와 의미를 잃고 성장의 다음단계로 넘어간다. 이후 중간대상은 문화, 예술, 종교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