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강의  

자아(ego)에 대하여

카를 융이 정의내린 자아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우선 프로이트의 자아부터 간단히 이해하자. 프로이트의 자아는 주로 기능적인 측면에서 현실 원리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주체이다.

예를 들어보자. 수업시간에 질문을 했다가, 선생님께 공부 안한다고 한마디 들었다. 이러면 누구나 다 기분 나쁘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옳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꼭 교재를 읽고 와서 수업에 참여하겠습니다.” 그의 자아는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사람도 있을 거다. “선생님, 왜 저를 무시합니까? 저에게 유감이라도 있습니까?” 그의 자아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왜? 감정에 압도되고 있다. 이처럼 프로이트의 자아는 주로 기능적인 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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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자아는 인간의식에서 개성화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개성화는 참된 자기가 되기 위하여,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자아는 현실원리를 습득하고 구현하고, 아직은 알 수 없는 무의식에 감추어진 것들을 불러내야 하는 이 중의 책임을 진다.

융은 프로이트의 자아개념을 무의식의 영역까지 넓혔다. 프로이트도 무의식적 자아를 인정하지만 주로 신경증을 이해하는 기능적인 면에서이다.

융은 그의 저서 “아이온”에서, 자아는 신체 토대와 정신 토대를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각 층은 다층적이다. 따라서 융이 이해한 자아는 신체 안에 갇혀 신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무의식 깊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직 깊은 무의식에 이르지 못한)자아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자아의 집인 신체가 죽으면 자아도 소멸될지 모른다고 여겨서 두렵다. 몸에 갇힌 자아가 내 몸을 떠나 홀로 부산에 가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처럼 자아는 몸의 한계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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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융의 무의식은 프로이트와는 달리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걸쳐 경험한 선험적이고 집단적인 것들의 저장고이고, 소멸될 수 없는 영원성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아는 신체의 죽음으로부터 분리되어도 제 기능을 한다.

임사체험자들의 자아는 신체를 떠나서 다른 차원의 것들을 보고 듣는다. 그리고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살아난다.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은 자아를 통해서다.

따라서 개성화 중에 있는 자아는 현실원리와는 다른 직관적이고 비논리적인 판단과 선택, 그리고 행동까지 할 수 있다. 위 예에서 자아는 선생님에게 반항할 수 있고, 그것이 그의 참된 삶을 구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융은 자아의 두 가지 특성을 성격1호(Personality No1)와 성격2호(Personality No2)라고 불렀다. 성격 2호는 선천적 핵심적 자아이고, 성격 1호는 장기간에 걸쳐 성장해 문화적으로 습득된 자아를 말한다. 성격1호는 의식의 전면에, 성격 2호는 무의식의 심층에 존재한다.

​개성화는 자아가 자기(Self)로의 여행이다. 자아는 자기와는 구별되지만, 자기와 만족스럽게 만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융은 “아이온”에서 자아의 내용을 세 부류로 나눴다. 1)자발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는 일시적 잠재의식의 내용. 2)자발적으로 재생산될 수 없는 무의식의 내용. 3)전혀 의식적으로 될 수 없는 내용. 따라서 자아는 정신은 넘어 존재하는 세계로 까지 확산된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신비주의의 경계선이 초자연적 지각, 동시성(꿈의 상징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 몸의 기적적 치유 등이 일어난다고 본다.

자아에 대한 이해를 이렇게 넓혔으니, 이제 우리는 무의식의 영토에 들어갈 차례입니다.


분당심리상담치료
가나심리치료연구소  박성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