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카를 융 분석심리학-콤플렉스(complex)에 대하여
우리는 지난주에 자아에 대해서 공부했다. 자아는 의식의 중심이라 했다. 만일 당신이 의식적 삶에만 만족한다면, 정신은 보이는 삶의 수준에만 머물게 된다. 저 사람은 너무 가벼워, 삶의 진실성이 없어, 속물이야, 삶의 목적이 너무 피상적이거나 세속적이야, 이런 분들은 대부분 자아의식의 수준에서 산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성숙도는 다층을 이룬다.
이제, 우리의 자아는 무의식으로 여행을 떠나자. 의식의 층에서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 볼까? 거기에는 평상시 잘 모르지만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정신 요소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융은 이를 콤플렉스(complex)라고 했다. 사람들은 콤플렉스를 열등감으로 이해한다. 융의 콤플렉스는 열등감을 포함하여 그보다 더 넓은 차원을 말한다.
융은 콤플렉스를 “감정적으로 강화된 내용”이라 정의했다. 나는 이 말을 우리의 정서에 맞게 “감정의 덩어리”라고 한다. 융은 초기에 그의 심리학을 "콤플렉스 심리학"이라 했을 정도로 콤플렉스는 그의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그런 이유로 나의 콤플렉스 블로그 강의는 조금 길으니, 인내심으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1910년 융은 “단어 연상 연구”라는 연구 결과물을 편집했다. 단어연상검사는 분석심리학이 태동한 동기이다. 융은 단어연상검사법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했다.
융은 100가지 자극어를 만들어 그 중 한 가지씩 환자에게 제시했고, 환자는 자극어를 듣고 연상되는 반응어를 단어로 말하면 된다. 검사 중에, 환자는 특정 단어에 대하여 감정반응, 반응어 지연현상, 불필요한 의성어 사용, 대답 못함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바로 그 단어와 관련해서 무의식에 감정의 덩어리, 즉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장미라는 자극어에 황홀해져 심장이 뛰는 여성이 있다. 이것은 가끔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항상 좋지는 않다. 본인은 왜 그런지 모른다.
사연은 이랬다. 중학교 때에 총각선생님을 짝사랑했다. 어느 날 소녀는 교정에 핀 장미꽃을 한 송이 꺾어 선생님 수업시간에 교탁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님은 매우 좋아하시면서 코에 꽃을 대고 향기를 맡았다. 그 때에 소녀는 황홀했고 심장은 뛰었다. 이것이 (장미) 콤플렉스가 되어 그녀를 황홀하게 했고, 심장을 뛰게 한 것이다.
화병을 예로 들어보자. 그들은 주먹 크기의 돌이 가슴을 돌아다닌다며 통증을 호소한다. 말하거나 표현 못한 억압된 감정이 콤플렉스로 딱딱한 돌덩이가 된 것이다. 그가 과거의 사연들에서 억압된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면, 돌덩어리가 작아지거나 아주 없어져 마음의 병에서 치료될 것이다.
이를 “콤플렉스의 의식화”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 그 콤플렉스를 자아의 통제 하에 둔다. 융의 정신치료는 “콤플렉스의 의식화”에 있다.
이처럼 콤플렉스는 평상시는 잘 모르고 있다가 외부 자극을 받을 때에 억압된 기억, 환상, 이미지, 기타 연상 자료들을 떠올리게 하여 의식에 동요를 일으킨다. 이것은 자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일어나는데, 이를 "콤플렉스의 자율성"이라고 한다. 콤플렉스는 의식의 승인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따라서 콤플렉스는 부분 자아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어떤 콤플렉스는 자아에 매우 깊이 개입하여 자아의 자율성을 방해한다. 이를 콤플렉스의 포진constellation:별자리이라고 한다. 콤플렉스의 포진은 장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세월호 생존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예로 들어보자. 생존자들에게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자아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이 엄습해 왔다. 그들은 살기 위해서 그 감정을 억압했다. 그리고 구조됐다. 겉으로는 아무런 외상이 없었다.
그러나 사고 후에 샤워를 하거나, 유람선을 타거나, 분수를 보거나 하면 그 때에 느꼈던 거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그들의 자아를 압도한다.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으로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그들이 살기 위하여 억압된 감정들이 의식위로 올라와 포진상태가 된 것이다.
융의 정신치료는 콤플렉스를 의식화하는 거다. 의식화란 무의식에 있어 내가 모르는 것을 의식에서 아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아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위 예에서, 장미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은 본인이 왜 그런 격한 감정을 일으키는지 알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치료된다.
콤플렉스는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생의 경험을 통하여 형성된 것이기에 없어지지도 않는다. 콤플렉스를 의식화해서 자아의 조절능력 범위 아래 둔다면, 콤플렉스는 건강하고 창의적인 정신생활에 사용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의 감정표현은 콤플렉스 때문이다. 기쁘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웃기면 우습다, 괴로우면 괴롭다, 이런 감정 표현은 삶의 윤활유나 다름없다. 콤플렉스를 외부에 투사하면 자기의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든 것이 남 탓이 된다. 주체로서의 인격이 아니라 종으로서의 인격이 되어 환경의 영향 하에 놓인다.
우리는 도를 닦아 모든 콤플렉스가 잔잔해진 상태를 상상할 수 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지만, 가능하다면 그는 어떤 정신 에너지도 사용할 수 없다. 정신 에너지는 콤플렉스의 낙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나의 콤플렉스가 해소되면 외부 자극에 의하여 또 다른 콤플렉스가 생긴다. 우리가 육에 있는 한 정신적 노동은 계속된다. 이 노동으로 인간은 성장한다. 이게 삶이다.
콤플렉스의 중앙에는 핵이 있다. 핵 요소는 주로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과 타고난 원형의 특성,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콤플렉스의 핵은 원자핵처럼 그것과 관련된 정서적 요소들을 자장처럼 끌어당긴다.
강의가 길어지면 이웃님들의 눈이 피로해지니, 마지막으로 콤플렉스의 전이를 설명해 보겠다.
재력 콤플렉스를 심하게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 에너지로 돈을 많이 벌 확률이 높다. 재력을 잡은 그에게 재력 콤플렉스는 없어진 것처럼 보이나, 본래 심한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재력이 권력 콤플렉스로 전이된다. 그는 가진 재력으로 권력을 탐낸다. 또 권력을 가지게 되면, 더 큰 돈을 탐낸다.
재력/권력 콤플렉스의 근본적인 해결이 안 되면 이 둘은 순환한다. 권력자는 돈을 탐하고, 재력가는 권력을 탐낸다.
젊음을 자기사업에만 받쳐 성공한 사람에게 권력이 주어지면, 그는 국민들에게 거의 봉사하지 않는다. 그는 콤플렉스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자기만을 위한 곳에 썼고, 권력을 가지면 더할 것이 뻔하다. 반면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아온 경력이 있는 분은 그런 류의 콤플렉스가 있다고 할 수 있으니, 그는 권력을 가지면 국민에게 봉사할 확률이 더 높다.
콤플렉스를 아주 간단하게 소개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본인 저서 "빨래를 해야겠어요"(일반인 독자)와 가와이 하이오의“콤플렉스카페”(전문가 독자) 일독을 권한다.
분당심리상담치료
가나심리치료연구소 박성만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