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에너지에 대하여

여기 한 예술가가 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예술적 가치가 있는 창작품을 만들었다. 도대체 이 에너지는 어디서 나왔는가? 역추적하면 된다. 창작품에서 창작하는 행위과정을 탐구하고, 행위과정에서 다시 기획하고 아이디어가 생성된 역 과정을 분석해 보는 거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그 밑바닥에 “리비도(라틴어: 욕망)”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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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리비도를 성 욕망으로 봤다. 그에 의하면 모든 문명, 문화, 예술 등은 성 욕망이 그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형태로 승화한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성적 환원주의라는 비평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물론 거기에는 임상적 이유가 있기는 하다.

융은 리비도를 어떻게 이해했는가?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하기 전, 아직 프로이트 이론으로부터 자유롭기 전에 저술한 “리비도의 상징과 변환(1912-1913)”이라는 논문이 있다. 융은 여기서 프로이트의 이론을 기초로 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위 예술가의 경우 비록 창작품이 성적 욕망의 에너지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하나의 결과물로 나왔을 때는 독자적인 형태를 가진다는 것이다. 융은 프로이트와 결별하고 발표한 논문인 “정신 에너지에 관하여(1928)”에서 리비도에 대한 본격적인 자신의 입장을 제시했다.

융은 성적 동기나 생각이 의식과 무의식의 삶에서 점차적으로 은유, 유비, 상징으로 대체된다고 했다. 따라서 융이 이해한 리비도는 “정신 에너지”이다. 융은 정신 에너지의 이동에 관심이 많았고, 물리학적 개념까지 끌어들여 설명했다.

1.정신의 가치

어떤 사람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독서를 좋아한다. 왜? 의식적으로 더 많은 가치를 둔 것에 에너지가 집중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가치는 콤플렉스에 영향을 받는바, 콤플렉스는 타고난 것과 환경의 합산이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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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의식적 가치와 무의식적 가치는 다를 수도 있다. 가령 의식으로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무의식으로는 사람만나기를 원할 수 있다. 청소년들 중에는 인간관계의 무능을 공부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무의식적 가치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방법으로 직접 관찰, 콤플렉스 지표, 정서적 반응, 직관이 있다.(이 부분 설명 생략)

2. 에너지 보존의 법칙

활동적인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 마치 에너지가 빠져나간 사람처럼 보이나 빠져 나가지 않았다. 활동에 쓰인 에너지가 내면을 탐색하는 에너지로 전용된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는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수면 중에 있는 사람은 낮에 사용된 에너지가 어디로 가나? 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인격 체계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이 에너지를 놓고 정신의 여러 구조들은 서로 경쟁을 한다. 한 쪽에 많이 쓰면 그만큼 다른 쪽에는 적게 쓴다.

​직장 일에 바쁜 남성이 집 안에서 자비로운 가장이 되기 어렵다. 모성성에 집착하는 여성이 사회적 일을 할 수 없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는 소홀해진다.

3. 엔트로피 법칙

에너지의 방향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가? 물리학에서 에너지는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즉 에너지가 더 필요한 곳으로 이동한다. 이제 막 판사로 임용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페르소나(외적 인격)의 수행을 위하여 에너지를 그 쪽으로 이동시킨다. 이 말은 상대적으로 자아/아니마(내적 인격)가 더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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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회적 역할수행으로 보람을 찾는다. 그에게 변화가 왔다. 외적인격에 회의를 느끼고 내적 인격을 찾으려 한다. 그러면서 페르소나에 있던 많은 에너지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자아나 아니마로 이동한다. 에너지의 흐름은 사람을 성장시키나, 정지는 경직된 인격을 만든다.

*정신 에너지의 변형

정신에너지는 밖으로 투사할 대상을 찾는다. 일출 혹은 일몰은 에너지 덩어리인 원형이 투사되기에 좋은 상징이다. 사람들은 일출/몰을 보고 감탄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의 집단 무의식에 있는 원형의 에너지가 의식 위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태양의 상징과 매치되는 무의식의 어떤 요소가 의식으로 떠올라(의식화), 내안의 태양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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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리학은 상징의 분석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태양을 보는 사람들마다 경험의 양과 질이 다르듯이 상징은 성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종교의 상징(성화, 성물, 교리, 신적 권위를 가진 조직, 의례 등)은 특히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종교의 상징은 자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무의식이 만든 것이기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융은 이 힘으로 종교는 정치적 경제적 힘을 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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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단 정치적 경제적 힘을 가진 종교는 본래의 카리스마를 상실하고, 상징을 잃어버려 사람을 구원하는 힘을 잃는다. 종교도 하나의 페르소나로 전락할 수 있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진정한 자기로 살겠다는 강한 힘에 이끌려 사회적 편견과 비난을 뒤로 하고, 새로운 결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에너지 덩어리인 원형의 힘에 끌린 것이고, 그는 세상이 두 쪽 나도 자기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정신 에너지는 외부로 투사되고 다시 거두어 들이면서 내 것이 된다. 정신 에너지는 명상/자연/예술/문학/놀이 등의 경험으로 원활히 흐른다. 전문적인 방법으로는 꿈 분석이 있다. 


분당심리상담치료
가나심리치료연구소장 
박성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