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무의식에는 정말로 근친상간욕망이 있는가? 프로이트가 유아성욕과 근친상간욕망까지 꺼내들어 정신분석 이론을 세운 것은 그 당시로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독자는 근친상간 욕망이론이 그의 상아탑에서, 단지 학문적 호기심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그는 신경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분석했다. 놀랍게도 그의 꿈과 환상 안에는 어머니와 성교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또한 이 욕망이 탄로나 아버지에게 남근을 거세당할지 모른다는 거세불안도 환자에게 있었다. 그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이 사실을 억압해야 했고, 억압은 불안을 가증시켰다.   

​그는 이 끔직한 불안을 처리하기 위하여 엄마와 성교욕망은 훗날로 미루고, 일단 힘을 길러 아버지처럼 되기로(아버지와 동일시) 타협했다. 이런 욕망은 만3세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통과의례에서 그의 자아가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외상이 생기면 신경증이 발병한다.(더 자세한 내용은 절제합니다.)   

필자는 정신분석학을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성부모에게 근친상간욕망을 가져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근친상간욕망은 무의식 깊이 억압되어 자아가 이를 인식할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근친상간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프로이트에 의하여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사람이 되고만 꼴이다.   

​여기서 성 욕망을 성인의 성 욕망과 대입하면 안 된다. 유년기의 성 욕망은 피부접촉에서 오는 즐거움, 남근을 만지작거리며 느끼는 낯선 감정, 혹은 엄마와 연합하고 싶은 욕망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런 것들을 덜 발달된 성욕으로 봤다.   

융은 프로이트가 근친상간욕망을 너무 문자적으로만 본다고 지적했다. 근친상간욕망은 퇴행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기(만3세~취학 전)에 있는 아동은 엄마 품에서 분리하여, 아버지로 대변하는 사회적 질서 안으로 편입해야 한다. 유치원에 등교해서 그곳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부쩍 늘어난 부모의 금기를 소화해내야 한다. 이 시기에 아동은 엄마의 왕자님에서 배울 것이 많은 사회의 초년학생으로 변신해야 한다.   

​이는 환상이 깨지는 것이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아동의 욕망이 근친상간으로 표현됐을 뿐이다.   

이보다 더 카를 융다운 해석이 있다. 융은 “근친상간은 우주의 창조자와 연합”이라며 종교적으로 해석했다. 즉 근친상간욕망은 인간의 기원이며 더 없이 평화로운 신의 모성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종교적 욕망이다.   

​우리는 신의 여성성을 어머니 신, 남성성을 아버지 신이라 부른다. 어머니 혹은 아버지인 신과의 연합은 근친상간이다. 우주의 창조자인 신은 온 인류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이다.   

그런데 왜 성적으로 표현되는가? 남녀가 경험하는 최고의 합일은 성교에서 얻는 오르가즘이다. 그런 이유로 종교는 신과의 합일을 성적 유비로 표현하곤 한다. 구약성서 “아가”는 성적 표현들을 적나라하게 하고 있다. 신약성경은 신도를 신부, 그리스도를 신랑이라 했다.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은 하나님과 연합의 경지를 영적 결혼이라 했다.   

​다 성적 은유가 있는 표현들이다. 그 밖에 다른 종교의례에서도 성적 상징은 흔하다. 근친상간욕망은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무의식적 갈망이지, 성하고는 상관이 없다.   

주의할 점이 있다. 성적으로 상징되는 것이지, 성 자체가 제의로 들어올 수는 없다. 성 자체를 제의의 일부로 가져오면, 그 종교는 인간의 욕망에 예속된다.   

융이 말하는 근친상간 욕망의 의미가 뚜렷해졌다. 육을 입은 인간이 고통을 수반하는 발달의 중요한 시기에, 본래 그가 있었던 신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종교적 욕망이 근친상간욕망으로 상징화됐을 뿐이다.   

​융에 의하면, 신경증에 걸린 환자의 욕망을 카타르시스 시켜 엄마를 버리게 하는 것은 부분적 치료밖에 안 된다. 자신의 존재를 신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올리는 세계관의 변화가 있어야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이 과정이 개성화individuation이다.


분당심리상담치료 
가나심리치료연구소장 박성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