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노후에는 뭐하지. 서양 철학사, 칸트를 연구하기로 했잖아.
독학으로. 마음이 뿌듯하다. 기쁘다.
왜 서양 철학을?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끌리는 동양철학은 도를 깨달은 분들이 그 경지에서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 구체젹 과정은 보통 생략된다. 깨달은 사람은 있어도 그 방법은 모른다는 것이다. 노장철학이 그렇다.
그러나 서양 철학은 그 과정을 지루할 정도로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왜 칸트? 내가 생각하기에 칸트는 그의 철학과 삶이 별개가 아니었다.
탁상공론 철학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령 동양철학에서 자아초월은 약방의 감초와 같은 개념이지만, 그 과정은 자아를 초월한 사람만 안다.
그러나 칸트는 자아 초월을 경계에 서 있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칸트의 인식론에 끌린다.
신학, 정신분석학, 분석심리학, 현대 신비주의자들의 긴 과정을 통과하며 항상 경계에 서 있는 나는, 칸트로 내 삶의 마지막을 장식하려 한다. 가쁘다.
그때가 되면, 나는 도서관으로 직행할 것이다.
키 작고 못 생긴 촌뜨기 칸트가 내 노후대책일 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