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치토크방송에서 유명해진 B전 국회의원이 자살을 했다. 나도 그분의 토크를 귀담아 들었다. 보수정치인의 입장에서 매우 합리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그 분을 호감 있게 보는 진짜 이유는 그분의 옳은 소리 때문이다. 정치인은 진영논리에 따라야 하는데, 진영과와 어긋난 옳은 소리는 결국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된다. 그분은 그런 현실정치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러나 자신의 출세와 명예를 위하여 자존감마저 내어주는 분은 아니었다. 그러기까지는 오랫동안 축척된 그 분만의 신념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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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 후, 인터넷 서핑 중에 본 칼럼이다. 우울증은 약과 심리상담으로 완치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글의 전후 맥락으로 보아 B전 국회의원을 두고 한 말이 틀림없다. 그 분은 자신이 알고 있는 토막 심리학에 과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당사자는 고통스러워 죽을 지경인데, 마케팅을 목적으로 너무 쉽게 싸구려 처방전은 내놓는 것 ㅅ같다. “난 다 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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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비롯한 다른 마음의 병은 깊어질수록, 또는 중년 이후에 오는 것일수록 단순히 심리학으로만 대입해서 볼 일은 아니다. 그들은 사적이거나 공적인 삶에 있어서 자신만의 양보할 수 없는 신념이 있다. 만성이건 급성이건 우울증은 자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고 노회찬 의원 같은 경우는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수준의 사람이 쉽지 않다. 그들 또한 전문가를 찾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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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이겨내려면 우울을 뛰어넘는 나만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나만”에 강조점을 둔다. 단순한 삶일수록 건강하다. 복잡하기는 쉬워도 단순하기는 쉽지 않다. 쉬운 말로 “산속의 다람쥐도 토끼도 괴로움 없이 잘 살다. 사람이 못 살게 뭐냐?”라고 할 수 있다. 듣기에 따라서 기분 나쁘겠지만, 맞는 말이다. 우울 혹은 자살을 뛰어넘는 신념은 단순해야 하고, 그 근거는 종교성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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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신념은 단순함에서 시작하여 복잡함으로, 그리고 다시 단순함으로 복귀해 만들어진다. 한 바퀴 돌은 단순함은 처음의 단순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러기 위해서 더 복잡함으로 들어가야 한다. 복잡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애매모호한 상태가 된다. 이 때에 사람들은 우울해진다. 수도승들도 이 단계를 꼭 거친다. 이 긴 터널의 사람들에게 우울증에 대한 심리처방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단순-복잡-단순”의 순환쾌도는 자기만의 열차로 달린다는 점을 기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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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심리요법은 인지치료에 근거한 왜곡된 신념을 수정하는 것이다. 미래는 항상 어둡다, 잘못된 것은 다 내 책임이다, 하는 것들. 둘째로 정신분석요법으로 내부로 향한 공격성을 거둬 외부로 투사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셋째로 대상관계심리요법으로, 새로운 대상관계를 통하여 성장기에 형성된 우울한 대상표상을 우울하지 않은 대상표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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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 가지가 통하지 않을 때는 분석심리학에 근거한 자기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이 가진 가치관, 관점, 내외적 자원 등을 활용해야 한다. 이 방식은 긴 자기수양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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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성장을 위한 어두운 터널이다. 이 터널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준수사항이 있다. 첫째는 시간을 믿어라. 둘째는 내면의 소리를 들어라. 셋째는 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생각하라. 이 터널에 있는 분들에게 인지요법을 처방하는 것은 고등수학을 배우는 학생에게 가감승산을 가르치려는 것과 같다. 인지요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적용대상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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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니다. 복잡으로 진입했을 때는 정말 많은 생각이 일어난다. 거기에 맞게 기다렸다는 듯이 외적 사건도 겹친다. 많은 생각들은 터널 밖으로 나와 빛으로 정화될 날을 기다리고, 그 날은 온다. 이 때 약에 의존하면 우울증의 메시지를 듣지 못하고 증상완화에만 집착한다. 약도 필요할 때가 있겠으나, 의존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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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심리상담치료 가나심리치료연구소장 박성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