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TY

심리치료칼럼

조회수 108
제목 위니캇 대상관계이론 수강생 후기- 중간대상
작성자 gana
작성일자 2021-02-17

현재 진행중인 위니캇 대상관계이론 강좌 한 수강생의 후기입니다.



나의 놀이, 나의 책읽기에 대하여

 

영유아기 시절 나는 누군가가 나를 봐준 느낌이 없었고, 검은색이 가득한 방에서 혼자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고 마치 내가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중간 대상을 가지고 놀이했던 기억도 없다. 사춘기 시절에 나타날 수 있는 중간대상의 대체물도 없었다. 3자기 보기에는 너무나 모범생이었으니. 그 이후에도 사회적 역할은 곧잘 수행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내면 비어있었고 누군가와 혹은 새로운 어떤 것과 만나는 것이 좋다거나 혹은 재밌다는 느낌은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 자폐기 아이처럼 혼자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었고, 절대적 의존기의 아이처럼 언젠가 누구를 만나면 내 마음을 다 알아주고 잘 통할거라고 기대만하며 살았다. 정신분석 이론의 틀로 나를 돌아보면, 성인이 되어서도 환상의 세계에 머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시절 책을 읽으면 내 마음이 위로받기도 하고, 책을 통해서 현실을 만났다. 재미있었고, 또 내용이 혹은 저자가 궁금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 저자를 만나고, 저자가 만났던 사람을 만나고, 저자의 내면 세계에 있는 사람도 만나서 좋았다. 그 저자를 대단하게 여기고 저자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런 생각도 저자와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없이 내 세계에만 머물면서 생길 수 있는 이상화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또한 나에겐 과정이 아니었까.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나에게는 환상과 현실 사이의 중간영역이었으니.   

그렇게 중간 대상으로 책을 읽으면서 환상에서 현실로 한걸음씩 나아갔던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다른 사람도 조금씩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고, 나에 대해서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나는 이상한 사람, 받아들여지기 힘든 사람의 느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아니, 그렇게 느끼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나, 저런 나, 잘하는 나, 실패한 나 모두를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과정이 나의 책읽기가 아니었을까.  

책을 읽다 보면, 사실 책에 빠지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 종일 글쓰기만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책읽기와 글쓰기, 둘 다 참 좋은 것이지만 하지만 단순한 바램을 넘어 이런 마음이 너무 과하게 드는 것은 내가 현실 세계를 회피하고 다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나는 현실에서 돌봐야하는 아이와 가정이 있기에, 책이 현실 도피의 수단이 아니라 중간대상 역할을 하도록 내가 조절을 해야 할 것 같다. 환상의 세계로 자꾸 가려고 하는 나를 붙들고, (정확히는 진짜 책을 읽는다기보다,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고, 현실 세계에서도 살아야할 것이다. 현실세계를 편안하게 만나기 위해 중간 대상으로서 이렇게 위니캇을 읽고 위니캇에 대해 나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게 재미있으니, 예전엔 놀이가 뭔지 모르고 살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에게 놀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도날드 위니캇  #대상관계이론  #중간대상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