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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단상

제목 페어베언의 성격정신분석학 4강- 아, 증말··· 사랑이 뭐길래!
작성자 박성만
작성일자 2019-11-12
조회수 1445

사람이 사용하는 수많은 단어들은 모두 사랑에서 파생되어 나왔다. 사랑과 짝을 이루지 못할 단어는 단 하나도 없다. 사람의 말에 사랑이 빠져나가면 그것은 한낮 의성어에 불과할 것이다. 심지어 하늘에 무심히 떠다니는 구름도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않은가. 원수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로 이미 사랑이 함축되어 있다. 미움은 사랑과 함께 사랑의 또 다른 감정이 되고 있다. 파괴는 건설을 암시하는 말로 사랑은 재건설을 위한 파괴도 한다.



죽음은 사랑의 종결이 아니다. 그가 살았던 어딘가에는 사랑의 흔적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사랑의 수혜자이다. 하다못해 태중 사산아도 그 어미에게 사랑의 씨앗을 남기고, 또다른 존재에게 발아될 날을 기다린다. 살인자의 분노와 희생자 가족의 슬픔에는 사랑이 없다고 단정하지 말자. 분노와 슬픔만큼 위대한 사랑을 잉태시키는 것은 없다. 굳이 사례를 들지 않겠다. 사랑은 단거리 육상게임이 아니고, 마라톤보다 더 먼 거리를 계주로 달리는 게임이다. 지구가 존재하는 한 사랑의 게임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지구를 넘어서도 사랑의 게임은 계속될 것이다. 신의 속성이 사랑인 이유는 이에 있다.



그가 한 신학과 철학이 바탕이 되어서일까. 페어베언의 정신분석이론은 사랑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는 갓 태어난 유아의 자아를 완전한 형태로 보았고, 이는 사랑의 결핍은 느끼지 않고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유아는 끊임없이 엄마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내고 사랑의 응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신생아의 엄마가 아무리 신생아에게 몰입되어있다고 해도, 자기 삶이 있는 법. 유아에게 완벽히 집중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최초의 외상을 받아들이기에는 유아는 너무 미숙하다. 유아가 최초로 받는 심리적 외상은 사랑의 상처이다.



페어베언에 의하면 그 상처는 두 가지로 나타난다. ①내 사랑이 엄마(또는 돌보는 사람)에 의하여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②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유아는 사랑이 아직 없거나 베풀어지고 있지 않은 곳에서 사랑이 강림하기를 기다릴 정서적 여우가 없다. 유아에게 사랑이 없는 곳은 사랑을 거절당한 곳이고, 그 곳에는 텅 빈 심리적 공허가 남는다. 페어베언은 이를 일차적 외상이라 했고, 사랑이 결핍된 공허한 곳을 분열성 상태라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의 심연은 분열성 상태이다.


그런즉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에 공허를 느끼고, 일이 없으면 더 공허하다. 만물이 잠들어가는 가을이나 잠든 겨울에는 더 공허하다. 이는 인간성의 본질이다. 분열성 상태는 사랑의 의심이라 했다. 사랑의 부재는 전쟁과 불화의 원인, 그리고 인류의 비극처럼 보인다. 우리는 내 사랑이 상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아 의심하고, 상대는 나를 사랑하지 못할 것 같아 불신한다. 아무리 이상적으로 밀고 당기는 밀당이라 해도 완벽하지 않고 사랑의 공허는 남는 법이다. 지금 북미회담이 지지부진 한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의 의심과 불신 때문이다. 사랑에 빠져 황홀한 경험은 잠시뿐, 또 다시 의심과 불신의 씨앗을 가슴에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이다. 다른 차원에서 보면 이런 분열성 상태는 창조성의 모태로서 신의 축복이기도 하다. 사랑의 부재나 불신을 신의 축복이라 한다고 해서 트집 잡지는 말라. 신의 저주라고 해서 살아간다면 그대에게 얻어지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더 큰 의심과 불신 그리고 공허.



나이 들어 일선에서 은퇴하면 공허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억지로 즐겁게 살려고 애 쓰는 일은 헛되고 헛된 일이고, 공허의 창조성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에 불과하다. 공허는 창조의 산실이다. 페어베언은 예술가와 같은 고도화된 정신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분열성 상태에 있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의 분열성으로 인류에게 기쁨을 선사한 구세주의 화신들이다. 언뜻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고흐, 브람스, 베토벤, 쇼팽, 톨스토이,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 등이 있다. 물론 분열성 상태가 너무 깊어 정신분열증이 되면 예술가 자신도 괴롭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나, 그들은 대부분 치료받지 않는다. 예술가들에게 치료란 그들의 예술적 재능을 사장시키는 일이다. 실제로 위대한 예술가들 중에는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한 분들이 적지 않다.



김인식 감독의 영화 얼굴 없는 미녀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다루고 있다. 경계선 성격장애는 정신증과 신경증의 경계에 속하는 마음의 병을 말한다. 정신증은 사랑에 대한 신뢰가 아예 없어 자신이 만든 상상의 세계로 숨어들어간 것이고, 신경증은 사랑에 대한 신뢰가 있어 사랑을 표현하고 받아들이나 의심과 불안이 평균보다 커서 고통 받는다. 경계선성격장애는 사랑에 끌렸다, 다시 의심과 불신으로 나오기를 반복하며 자신은 물론 그와 관계하는 타인을 고갈시킨다. 그들은 사랑을 거짓과 불신으로 만드는 귀재처럼 보인다. 그들은 자기애에 갇혀 세상을 향해 작은 창문 하나를 열어놓고 세상을 내려다보며 격멸한다. 자신은 마치 고결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심리치료임상경험과 그 밖의 경험을 통하여, 사랑을 거부해 버리는 것 같은 이런 분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사랑을 갈망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은 사랑에 대한 기대를 한층 내려놓고, 사랑은 의심과 불신도 포함한 것임을 깨닫고 난 후에야 자신의 창문만이 아니라 대문까지 활짝 열어놓을 수 있다. 그러면 청결한 공기도 많이 유입되겠지만 미세먼지도 덩달아 유입될 것이다. 미세먼지가 두려워 평생 마스크나 쓰고 다니거나 외출을 삼가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그렇다고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나. 평생 건강하게 산다고 해서 당신에게 얻어지는 유익은 무엇인가. 인생의 목적이 건강인가? 그러면 산속이나 무인도로 들어가 자연식을 하면서 일생을 살아라.



사실 페어베언은 분열성이라 할 만큼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외부의 여행보다는 무의식으로의 여행을 즐긴 심리학자이다. 그는 자기를 깊이 들여다봄으로 사람의 보편적 성격을 깊이 분석하였다. 말년의 그를 괴롭힌 공황장애는 그의 연구를 심화시켜 인류에게 빛을 던져주는 것으로 보상받았다. 심리학자인 그의 글에서 사랑이란 말이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의 이론을 사랑의 정신분석학이라고 부른다. 그는 그 밖의 모든 정신병을 분열성에 원인을 둔 것으로, 즉 관계에서 주고받는 사랑의 문제로 설명해 나간다. 무의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 여기까지만하는 금지표지판 앞에서 약해진다. 그 역시 종교적 금단의 열매를 따고 싶지는 않았던지 그의 연구가 종교적인 것으로까지 심화되자, 여기까지 하고 멈췄다. 양자가 서로 얽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죄와 사탄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가 그것이다. 용기 있게 이 금단의 구역 안까지 들어가 인류에게 빛을 던져준 심리학자는 바로 카를 융이다. 융의 이야기는 이미 12번에 걸쳐 블로그에 올렸으니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사랑이란 한 톨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정말 없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사랑이 거절당할 것 같아서 뒤로 돌아앉은 사람이다. 당신이 먼저 메마른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한 발자국은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은가? 사랑의 시소게임만 하고 있는 사람, 당신이 미워서가 아니라 자기사랑에 확신이 없어서다. 내가 먼저 사랑의 손을 내어주면 그의 의심도 풀리지 않을까? 사랑과 미움을 반복하며 투사하는 사람, 당신을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의식으로 인해 그의 마음이 아파서다. 약간 미움의 감정은 어쩔 수 없겠지만, 복수하지 않고 기다리다 그를 다시 맞아주면 다시 맞아준 만큼 그의 상처는 아물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유는 상대 때문이 아니라 내가 먼저 사랑에 상처를 받은 일차적 외상, 나의 분열성 상태 때문이다. 혹시 나는 사랑의 원천업자이고 상대는 내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랑의 하청업자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분열성 인격자이다. 진정한 통합·성숙·거듭남·해탈은 자신의 분열성을 극복하여 사랑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가지 더 첨부할 것은 사랑을 낭만적이거나 감정적인 어떤 것으로 가치평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사랑은 자아가 주체되어 하나 됨의 신비를 통찰하는 거다 .





가나심리치료연구소장
박성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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