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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단상

제목 페어베언의 성격정신분석학 5강- 정서적 관계를 정서적 거리두기로 대체한 사람들
작성자 박성만
작성일자 2019-11-12
조회수 1279

1. 정서적 관계를 유창한 언어로 대체한 사람

그는 언어구사 능력과 발표력이 탁월했다. 청산유수인 그의 말은 듣는 이의 귀를 쏙 빼간다. 모임을 마친 후에 우리는 가까운 카페에 가서 한 두 시간 대화도 나누었다. 그는 지적 능력이 남달랐다. 나는 계속해서 그와의 만남을 가지려했고, 그것은 서로에게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역시 동의했고, 우리는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게 전부였다.



후로 그는 나의 문자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공중전화로 전화하여 가까스로 통화가 됐으나, 그는 어색해했다. 마치 초면인 사람처럼. 우리는 더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서로에게 매우 유익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더 친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후에, 다른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사람을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자기에게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것은 확실히 병리적이지만, 사람들은 그의 성격이 그런 줄로만 안다. 그는 멀리는 좋으나 가까이는 힘든 “정서적 거리두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2. 정서적 관계를 지적, 성적 매력으로 대체한 사람

남자라면 그녀에게 호감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녀는 남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강렬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난 당신을 사랑해”라는 신호를 보내는 매력을 발산한다. 아주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주로 가슴라인이 보이는 옷을 입고 다녔고, 아니면 몸에 딱 맞는 셔츠를 입어 탄력 있는 가슴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자칭 사랑을 갈구하는 로맨티스트이다. 또한 다독가로서 지적인 면모도 있었다. 말하자면 지성과 성적매력을 동시에 가졌다.



그런 그녀가 나이 40이 되도록 이렇다 할 연애 한 번 못해 봤다. 사람들은 그녀가 교만해 눈이 눈썹 위에 붙어서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녀의 지적이고 성적인 매력은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방어라는 것이 점점 드러났다. 그녀의 무의식은 가까이 오는 사람을 거부 한다. 왜? 거절당할까봐. 어린 시절 엄마와의 사별, 그리고 슬퍼하지 못한 슬픔이 대인관계에서 정서적 거리두기를 만든 것이다. “멈춰. 거기까지만.” 그녀의 과한 지적이고 성적인 매력은 본래 그녀의 것이 아니라, 정서적 인간관계를 방어하기 위해서 생긴 것들이다.



3. 정서적 관계를 신앙의 언어로 대체한 사람

그녀는 신앙심이 두터운 신앙인이다. 신앙의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도 탁월해 그것만으로 출석하는 교회에서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실은 그것뿐이었다. 직장에서는 창의적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일들을 성실히 하는 문안한 사람이다. 그녀는 동료들과 대화중에 신앙의 용어를 자주 쓴다. 마치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종교적 소임을 다 하는 것처럼. 그런 그녀에게는 마음을 나눌 친한 친구는 거의 없다. 그녀는 상대가 친한 사이가 되려하면,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고 신앙의 언어를 전면에 내세운다. 상대는 당신 같은 성녀하고는 내가 어울리지 않는다하여 그녀를 떠난다. 그녀는 좋은 친구가 될 뻔한 한 사람을 놓친 꼴이다.



신앙심에 충만해 있을 것 같은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이면 마음이 공허해진다. 그럴 때면 신앙의 언어들을 다 벗어 내던지고 진실과 진실의 만남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러자 날이 밝아 삶의 무대로 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신앙의 언어 뒤에 자신을 숨김으로 타인과의 참 만남을 회피한다. 그녀는 신앙심이 좋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신앙의 껍질이 두꺼운 사람이다. 신앙은 공허한 그녀의 마음을 방어하는 데에 사용됐다. 그녀의 무의식에는 참 만남을 갈구하나 그럴 용기가 없는 또 다른 그녀가 울먹이고 있었다. 이를 분열성 신앙이라 할 수 있다.



4. 정서적 관계를 비범함으로 대체한 사람

그는 팔구십년 대에 증권회사에서 큰돈을 챙겼고, 그 돈으로 부동한 임대업자가 되었다. 한량이라 하지 말라. 그는 누구보다도 바쁘다. 집에는 장서로 가득한 서재를 꾸며났고, 집에 있는 날이면 거의 서재에 틀어박혀 있다. 그는 가족들과의 잡담은 수준이 낮은 자들이나 하는 짓이라 했다. 저급한 사람들이나 드레스에 신경 쓴다며, 그의 옷은 아내 혼자 백화점에 가서 알아서 사온다. 고등학교와 그가 나온 명문대학의 동창회장을 하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잘 나간다는 사람을 주변에 많이 두었다. 그는 가뭄에 콩 나듯이 하는 아내와의 성관계를 아내에 대한 서비스 정도로, 본인은 하고 싶지 않으나 남편의 도리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주는 것으로 여겼다.



혼자만 고고하고 우아하게 사는 이 남자의 가족은 위기에 빠졌다. 아내는 자기세계에 빠져있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겠다며, 자신의 일을 찾아 나섰다. 아들은 사춘기 내내 반항아가 되었고, 딸은 고등학교 때부터 오피스텔을 얻어 자취했다. 가족은 아버지만 빼고 똘똘 뭉쳐 있었다. 한 번은 이 남자가 광화문 겨울 길을 걷다가 포장마차에서 호떡 굽는 것을 봤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호떡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으면 수준 낮은 남자들이나 하는 짓거리였다. 그날 그 집은 경사가 났다. 아내는 20년 결혼생활 중에 처음 있는 일이라 했다.



그는 물질적이거나 몸으로 하는 것들, 그리고 평범한 것들을 경시했다.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신 안에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높은 차원에 속한 외계인 같았다. 그의 무의식 안에는, 자신을 평범한 곳에 두어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는 이런 정서적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자신만의 고상함과 우아함으로 방어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는 부모로부터 시작된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 상처를 가리려고 자기 아닌 자기로 살아온 것이다.




4. 위 네 사람에 대한 성격정신분석

위와 같은 분들은 대체로 분열성성격장애 (schizoid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이런 분들의 주 특징을 “정서적 둔마”라 하고, 페어베언은 “정서적 거리두기”라고 했다. 왜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가? 페어베언은 사랑하지도 사랑 받지도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라 했다. 또한 자신에게 다가오는 대상들을 쫓아내기 위하여 공격성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방법으로 증오를 활성화시킨다. 이들은 감정을 이성으로, 사랑을 증오로 대체한다. 그리고 자신을 멀리서만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자신을 신비주의 안에 가두는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분열성 상태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그 정도에 따라 병리적이거나 정상적이 된다. 그들은 유년기에 심각한 분리불안을 겪었거나, 주 양육자의 지속적인 무관심에 버려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외부환경에서 기대할 것이 없었던 그들은 내면의 세계를 구축해 그 안에 들어가 살기로 작정하고, 그 안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조소한다. 관계를 떠난 인간에게는 감정은 없고, 감정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다. 분열성 개인이 자신을 퍽이나 감정적인 사람으로 오판하는 이유이다.



누군가 이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려할 때에 그들은 더 거리를 두거나 증오를 퍼붓기도 한다. 인내심을 가지고 다가가라. 그런 모습은 그들의 인격이 아니라, 상처에서 비롯된 증상이다. 예전에 그들이 받았던 사랑의 상처를 능가할 더 큰 사랑을 경험한다면, 그들은 분열의 성에서 서서히 나올 것이다. 물론 당신도 상처받을 것이다. 내 상처가 누군가의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사랑으로 나온다면, 당신은 최고의 선을 실천한 것이나 다름없다.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의 분열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나오고자 하는 분들도 있다. 그들은 타인에게 다가갈 용기가 아직은 부족하다. 먼저 자신을 재미있게 해주는 일을 찾아 하나씩 실천해 보자. 재미는 억압된 감정을 풀어줄 것이고, 풀린 감정은 억압된 사랑을 실천할 용기를 준다. 사랑은 모든 두려움을 없애준다. 사랑은 모든 인간관계의 모토이고, 인간이 신을 만나는 통로이다.




(분당심리상담/분당심리치료) 가나심리치료연구소 박성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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