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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관계 부부치료③-부부는 일심동체?
부부는 어떨 때 서로 통한다는 느낌을 받을까? 나의 느낌을 배우자가 똑같이 느끼게 하고, 배우자 역시 그것을 똑같이 느껴준다면, 그 순간 부부는 그야말로 일심동체가 된다. 느끼게 하는 것을 투사적 동일시라고 하고, 느껴지는 것을 내사적 동일시라고 한다. 두 가지의 심리 기제가 동시에 일어나면, 그 순간 둘은 서로 강렬하게 통한다. 강렬한 연애, 사랑의 환상은 이래서 생긴다. 여기엔 국경을 초월할 정도로 초음속 에너지가 있다.
그것도 잠시.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같은 일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졌고, 서로 통하지 않는 남남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다르구나, 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성장하는 부부가 된다. 그러나 일체감의 즐거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상대에게 계속 나의 생각과 느낌을 강요한다면? 상대는 나에게 맞추거나, 거절할 것이고 당신은 또한 거절하는 상대를 비난한다. 대부분의 부부 갈등은 이런 것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는 유교 문화권에서 남편이 자기는 멋대로 하면서 아내를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가두는 남성의 폭력이다. 또는 가족주의에 빠진 아내가 남편을 자신이 만든 둥지에 묶어 두려는 불안의 표현이다. 가능하지 않지만 정말 일심동체 부부가 있다면, 그들은 서로를 통제하거나 맞추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는 나로 살지 못하는 억압이 존재한다.
부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서로가 하나 되는 경험은 비가 온 뒤에 잠깐 보였다 사라지는 무지개 정도이다. 우리는 무지개가 없는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메마른 거리를 따뜻하게 하는 방법은 상대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좀 더 이해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부부는 무의식중에 아동기 결핍을 투사적 동일시로 상대 배우자에게 요구하기에, 그야말로 갈등의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바닥을 치면 그다음은 올라올 차례다. 올라올 때는 혼자 올라온다. 올라와서 함께 만나는 것이다. 이 작업이 안되면 이혼하는데, 한국에 이혼율이 높은 이유는 바닥을 치는 통과의례를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혼이 이 통과의례의 일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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