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쓰기는 “독자와 더 친해지기”입니다. 해서, 요즘 심리 콩트 쓰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습작으로 쓴 팔불출 콩트를 챌린지에 올립니다.

콩트)너무 아름다워 죽어도 여한이 없다

문학청년 빈수, 말이 문학청년이지 글은 안 쓰고 은둔하는 외톨이로 집 안에만 틀어박혀 유튜브와 잡다한 책만 보기를 10년째.

어느 날 빈수의 원룸 작은 창문에서 울긋불긋 노을이 새어 들어왔다. 빈수는 노을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밖으로 나갔다. 은둔형 외톨이가 밖으로 나가는 것, 큰 결심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밖으로 나와보니,

지는 태양의 옅은 빛과 막 켜지기 시작한 LED 가로등 빛이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이 한데 어우러지는 그 짧은 순간을 빈수는 포착한 것이다.
지금까지 빈수가 본 최고의 아름다움이었다. 빈수의 마음 깊은 곳에서 황홀한 감동이 올라왔다.

요즘 들어 부쩍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는 빈수.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구나, 하는 빈수의 말을 나는 듣고 싶었을까? 아니다.

빈수가 말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죽어도 여한이 없겠구나.”

사람들의 그 흔한 생각 저편의 것을 꺼내 들어 놀라게 하는 빈수. 빈수는 늘 그랬다. 그래서 외톨이가 됐다.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빈수씨는 글을 써야 해요.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그 흔한 상투적 언어 밖에 있는 것을 보도록.”

빈수가 말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글 쓰는 사람은 그 글로 세상이 달라지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게 그 사람의 존재 양태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