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하나의 스토리로만 읽어낸다면, 동의하지 않을 요소들이 많다. 아내도 유부남이었던 조가 이혼하여 자신과 재혼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점, 당시 여성들도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남편에게 헌신 했다는 점, 영화를 이렇게 생각하면 답답한 가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분석심리학자 융의 말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유래하지 않은 어떤 어려움도 없다.”
아내는 수동적으로 살아온 자신의 오랜 인생을 원망했고, 그 중심에는 남편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남편이 제공해 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가진 어려움이다. 만일 아내의 무의식에 있는 아니무스(여성 안의 남성성. 본 블로그 “알기 쉬운 분석심리학8강”참조)가 미숙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남편에게 헌신하고 통제하는 에너지를 자신에게 사용하여 자신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진심으로 미워한 것은 남편이 아니라, 남편을 대하는 방식을 만들어낸 그녀의 “아니무스”이다.
그녀는 어떻게 남편이 아닌, 자신의 무의식에 갇힌 미숙한 아니무스를 성장시켜 돌보는 모성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융이 좋아하는 4단계가 아닌, 4의 배수인 8단계로 이 과정을 분석해 보겠다.
이 과정은 원형(본 블로그 “알기 쉬운 분석심리학8강”참조)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자신이 아니무스를 성장시켜 개성화를 이루려는 여성들에게는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개성화(본 블로그 “재미있는 분석심리학8강”참조)는 내적이고 외적인 것이 통합된 성장을 말한다.
*아내 조안의 개성화 과정
1.의미 있는 사건
개성화는 의미 있는 사건을 계기로 촉발한다. 그것은 절망적이거나 희망적인 사건이다. 영화는 남편이 노벨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엄청난 소식으로부터 시작한다. 남편은 어린이처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아내는 늘 그랬던 것처럼 남편의 즐거움에 맞춰주는 역할을 했다. 이번엔 그것만이 아니었다.
“노벨상은 내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서 살아왔는가?”
아내의 얼굴에 익숙하고 무거운 그림자가 잠깐 스친다. 이처럼 개성화는 잠깐 멈춰 서서 자기의 삶을 진지하게 반성함으로 시작한다.
2. 그 사건은 현실을 인식시켜 준다.
개성화는 내면의 작업으로 진행된다. 진정한 내면의 작업은 올바른 현식인식 위에 자리를 잡아야 퇴행적 환상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아내 조안은 자기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남편 조에게 충성과 기대를 걸었다.
“그럼, 그런 남편은 아내를 진심으로 존중해 주었는가?”
남편은 애당초 그런 능력이 없었고, 유아적 자기애에 고취되어 있었을 뿐이다. 아내는 그런 남편과 그런 남편에 엮여 살아온 자신의 허상을 깨달았다. 허상을 집어던지고 지금 여기에서 자기실현의 꽃을 피우려면, 그동안 충성해온 실망스러운 감정들과 직면해야 한다.
그것을 “그림자의 자각”이라 한다.
3. 아니무스와 조우(여성안의 남성성과의 만남)
아내는 그들 부부의 노벨문학상 수상장소까지 따라온 전기 작가 “나대니얼”를 조우한다. 그는 이들 부부의 뒷조사를 이미 마쳤고, 아내가 남편의 대리작가라는 1급 비밀도 알고 있었다. 아내는 그날 밤에, 남편의 권유로 끊은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
남편과의 분리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나대니얼은 조안에게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게 하고, 조안이 자신의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확신을 시켜준다.
아니무스는 성장의 촉발시키는 영혼의 안내자이나, 그녀는 아직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