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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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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상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남기-쉽게 풀어 쓴 도날드 위니캇의 정신분석학④
작성자 박성만
작성일자 2022-07-15
도날드 위니캇의 정신분석학④: 대상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남기
우리는 늘 타인의 사랑과 공격을 동시에 받는다. 속칭 ‘사랑이라는 것’은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한다. 그것이 채워지지 않을 때는 상대를 공격한다. 공격은 은밀히 또는 원색적으로. 정신분석에서 사랑과 미움은 하나이다. 사랑은 달콤하면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사랑과 공격성, 이 두 가지 본능은 유아 때부터 시작된다. 유아는 만족을 주는 엄마 젖가슴을 사랑하여 파고들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무는 행위와 자지러지는 울음으로 젖가슴을 마구 공격한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에 의하면, 환상 안에서 유아가 엄마의 젖가슴에 퍼붓는 사랑과 공격성은 가히 극단적이다. 환상은 실제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이럴 때 충분히 좋은 엄마는 유아의 원초적 본능을 감싸 안으면서도, 유아와 완전 동일시됨으로 엄마 됨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실패를 하지 않는다. 위니캇의 표현을 빌리면 ‘가히 식인적인 유아의 공격성’에 맞공격하지 않고, 다독거려 주는 것은 엄마의 타고난 능력이다. 위니캇은 이를 ‘대상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남기’라고 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됨으로, 유아는 서서히 엄마가 자기의 일부가 아니라 타자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남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보상하려 한다. 유아가 엄마에게 주는 과자 조각과 놀다 싫증이 난 장난감, 엄마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는 행위나 웃음 등은 엄마에 대한 최고의 보상이다. 엄마는 이를 감동으로 받아야 한다. “아이고 예뻐라. 우리 순희가 엄마 먹으라고!”
이런 역동은 성인의 인간관계에서도 계속 반복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또한 공격한다. 보다 안전한 사랑을 위하여 그의 사랑을 시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사람에게 있다. 대체로 공격 받은 사람은 상대를 맞공격 한다.
문제는 뒤돌아서서이다. 뒤끝이 작렬인 사람은 계속 상대를 공격하고 증오하고 보복계획을 세운다. 충분히 좋은 엄마의 흔적을 가진 사람은 상대의 공격성을 다는 아니어도, 일부라도 이해하고 ‘나는 당신의 공격성을 이해합니다’라는 피드백을 보낸다. 그러면 상대도 나를 보상하려는 행위를 한다. 이것이 대상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남기이다. 성숙한 인간관계의 특징이다.
상대를 별천지 원수로 만들거나, 다시는 상종하지 않는다거나, 상대를 파괴하거나, 상대의 선함을 뿌리째 다 뽑아 버리려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항상 존재한다. 그들은 유아의 갈취(taking)상태에 고착돼 있다. 그들은 유년기로 퇴행한, 매우 미성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권력을 쥐면 공정과 상식은 통째로 물 건너간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그들에게 대항하면 곱빼기의 화살이 날아온다. 한 집단이 퇴행하여 다른 나쁜 집단을 만들고 그 집단을 공격한다면, 그 사회는 매우 불행해 진다. 독재자는 이러한 대립을 유도한다. 하긴, 국제 관계는 늘 이런 식이다. 힘 있는 집단이 약한 집단에 불안을 조장해 그들의 식욕을 채우는 것 말이다.
엄마는 유아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으나, 유아는 엄마의 공격성으로부터 살아날 재간이 없다. 힘 있는 사람이 먼저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어 선의를 베풀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대체로 갈취에 익숙해져 있다. 만일 우리가 가까운 누군가의 공격성을 견뎌주고 살아남는다면, 그와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다. 세상은 100초 더 밝아진다.
쉽게 말해보자. 미워하는 사람은 잠을 못 자도, 미움을 받고도 그 미움을 자기 것으로 하지 않는 사람은 잠을 잘 잔다. 전자는 대상을 공격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대상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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